조나단 드미, 폴 토마스 앤더슨. 그리고 에드가 라이트. by 12sep1956

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입니까? 
라는 질문을 면접 때 받았다. 

나는 한 삼십초 정도 침묵했다. 
삼십초 동안 머리는 열심히도 굴러간 기억이 있다.

여러 이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. 
조나단드미, 봉준호, 박찬욱, 류승완, 클린트이스트우드, 마틴스콜세지, 샘페킨파, 오손웰스, 장마크빌레, 3toyuma를 찍은 감독이 누구더라.. 아 맞다 제임스 골드만. 

... 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 
면접관이 "장마크빌레는 어때요? 자소서에 아주 길게 영화에 대해 써두었던대."

다시 또 당황해서 그랬는지... 장 마크 빌레가 누구였더라... 이렇게 떠올리고 있다가...

"저는 조나단 드미가 제일 좋습니다"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.
그리고 멍청하게 "<양들의 침묵>이 정말 좋지 않습니까?"라고 말하며 대답을 이어갔고,

왜 그 영화를 좋아하냐는 면접관들의 질문에

"하... 저는요... 일단 플롯이 잘 짜여져 있는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구요... 특히 정말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지는 플롯을 좋아하는데... 그 영화가 <양들의 침묵> 같아요,... 그런 비슷한 영화로는 .... 데이빗 핀처 버전의 <용문신을한소녀>가 있구요"라고 대답했다. 얼굴을 들어서 보니 면접관들의 뻥진 표정.

지금 생각하면 평상시에 누구를 제일 좋아하냐는 질문을 참으로 바보 같다고 생각해서 더 당황했던 거 같다.
엄마가 좋냐, 아빠가 좋냐라는 질문이 참으로 바보스러운 것처럼,
영화도 마찬가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.
이건 이래서 좋고, 저건 저래서 좋고.... 

"감독들 다 좋아합니다... 마틴 스콜세지.. 스티븐 스필버그...
기분이 나쁠 때는 양들이 침묵을 보는 게 제일 좋고,
죄책감이 들 때는 스콜세지 영화를 보는 게 좋고,
자존감이 떨어질 때는 장마크빌레 영화를 보는 게 좋구요. 뭐 그렇습니다"
....

뭐 이렇게 대답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. 그 주옥같은 감독들 가운데 한 명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한가...
아니면 차라리 그렇게 바보 같은 질문이 어디 있냐고 면박을 주거나...

그 이후 질문도 생각이 난다. 
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?
속마음은 또 이거였다. 어떻게 저런 바보같은 질문이 있나.

난 로맨스도 좋고, 판타지도 좋고, 스릴러도 좋고, 코미디도 좋은데..... 다 좋다고 하면 떨어지겠지 라고  생각해서 대답을 제대로 못했던,,,,




그래도 지금은 누가 제일 좋냐고 물어보면 세 명 정도의 이름을 압축해서 말할 수 있을 거 같다.
조나단 드미, 폴토마스앤더슨, 애드가라이트.

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냐고도 물어볼꺼다. 그럼 이렇게 대답하겠지.

"제가 지금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가 <양들의 침묵>의 플롯 위에서 <펀치 드렁크 러브>의 배리 이건 같은 캐릭터가 <새벽의 황당한 저주>처럼 좀비들을 다 때려잡는 영화입니다. 아주 용감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될 거 같습니다. 스릴러 이면서 로맨스 이면서.... 코미디.. 그런 영화입니다..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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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때 면접관이 나를 떨어트릴 거 같은 뉘앙스를 풍기면서, 우리 학교는 대한민국 상업영화를 최전선에서 이끌어 갈 사람들을 뽑는 거야. 라고 말해줬던 기억이 있다.내가 독립영화에 빠져있는 사회운동가 처럼 보여서 그런 말을 했던 거 같다. 아니면 멍청해보였거나...

나는 지금 상업영화 스텝으로 열심히 적당히 일하고 있다. 
당신이 나를 뽑아줬다면, 독립영화 감독으로 일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.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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